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저는 전남여고 1회 졸업생 최순덕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일본 선생들에게 일본어를 국어과목으로 강요받으며 3학년까지 교정의 학생이었습니다. 현재 나이는 95세. 그러나 마음은 여러분과 똑같은 청춘입니다. 지금도 후배들이 부르면 달려가서 학교 사랑, 나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조국이 존재하는 한 전남여고는 역사와 함께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학교가 서있는 동안, 백지동맹 기념식수도 푸른 하늘을 향해 무럭무럭 자라 줄 것을 믿습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벌어져 학우들이 일제 경찰에 연행되어가고, 식민 교육의 설움이 복받쳤을 때, 백지동맹을 주도하여 퇴학1순위로 학교에서 쫓겨났지만, 내 마음은 한 순간도 학교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와 함께 백지동맹 호소문을 작성했던 학생의 아버지가 딸의 장래를 걱정하여, 사건의 흔적을 지워버린 사연이 있었기에, 오늘날 백지동맹 주동자가 왜곡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일본이 침략 역사를 왜곡하여 자기네 후손들에게 거짓을 가르치고 있는 점도 마음이 아프지만, 이에 분노하는 정부가 막상 백지동맹 같은 치열한 사건에 대해서는 참가자들의 증언에 귀 기울여주지 도 않고 왜곡된 채 기록을 고치지 않는 점도 모순입니다.
이런 과정들을 묵묵히 경청해주고, 학교에서 벌어진 조국해방 투쟁사를 소중히 다뤄준 강정혜 교장 선생님과 후배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2005년 5월 3일 드디어 모교 교정에 기념식수를 심고 표시석 제막식을 주도해준 김용임 회장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의 표현은 눈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직에 종사하면서도 모교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었어요. 겸허한 음성으로 걸어오는 안부 전화 한통화에서도 깊은 정이 느껴졌어요.
직장에서 책임이 큰 사람도 모교에 헌신할 수 있음을 증명해주었습니다. 학교 사랑, 선배 사랑은 곧 조국 사랑이라는 것을 어린 후배들에게 심어놓았어요. 김 회장님과 함께 한 날들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감동적이라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안강해 차기 회장님과 그 자리에 참석해준 재학생 대표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작은 나무가 하늘에 닿을 때까지 학교 사랑 나라 사랑의 마음 변치않고 여러분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조국 해방 현장의 역사를 바로잡아주려고 여러해 동안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성취를 보여준 기은자 동창회장님 외 동창 여러분! 고맙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한 세기를 살아오는 동안, 금년 봄은 참으로 행복한 나날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이 기쁨이 앞으로 일만년 동안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애국 역사 현장에서 공부하는 후배 여러분! 우리는 총칼 아래서 조국 해방 투쟁을 벌였지만, 여러분은 지식을 쌓아 펜으로 이기십시오. 조선인으로 태어났으므로 자랑스럽게 여겨주시고, 이땅의 주인으로서 우리 역사를 지켜주십시오. 5천년 그리고 일만년 동안 복된 역사를 성취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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