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국제시장, 이곳 교포들에게도 인기가 대단 했습니다.
마침, 고속도로를 한시간여 달리면 갈수있는 우리 한인들이 많이 사시는 곳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어 둘이서 찾아 나섰습니다.
애국가가 울려오니, 부부 싸움도 중단하고 기립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궁금했었습니다. 가방안에 잊지않고 준비해온 큼지막한 수건을 둘이서 하나씩 쥐어 들고 울었다 웃었다 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써 놓은 글을 여기 옮깁니다.
할머니 애국자들
매끈 매끈 닳아진 돌 사이 사이를 스쳐가는 우리집 앞 마당가의 맑은 시냇물--- 가끔씩 그려 보는 훗날의 우리 시골집 풍경 처럼, 참된 인성을 쌓는데 지침이 될 좋은 말씀이며 아름다운 사진이며 저절로 감탄이 일게하는 시화들이 인터넷을 타고 나의 컴퓨터에도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시냇물되어 흘러 들어 옵니다.
하루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
언제나 정겨운 우리노래 애국가가, 멋진 팔도강산의 풍경과 힘찬 일꾼들의 모습과 자랑스러운 산업장의 사진을 담아 전달되어 왔습니다. 혼자 보기엔 아까워 나도 배달을 시작 했습니다. 바이러스가 따라 온다며 그렇게 퍼 나르는게 아니라는 충고도 여러번 들어, 배달을 자제하고 있던 터 였습니다.
“얘, 나는 애국가가 4절까지 있는 줄도 몰랐다. 듣고 있으려니 왜 그렇게 눈물이 나니? 4절 다는 몰라도 2절 만이라도 외워야 겠다. 이젠 왜 그렇게 뭘 외우기가 힘이 드는지 몰라~ .” 받은이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애국가를 부를때면, 노래를 다 끝내기 전에 목이 메이려 함을 느끼곤 하는데---- 나 혼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어느날, 친구의 딸네 바닷가 별장에 놀러 갔는데, 손녀딸이 할머니 친구들 재미있게 노시라고 가라오케를 틀어 주었습니다. 날좀보소오 ---♪ 껑충 ---동지섣달 꽃본듯이 날 좀 보소 --- ♪ 껑충. 제 맘대로 만들어 뽐내는 춤이 방안에 가득합니다.
천안 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아 흥~ . 뒤를 이어지는 노래도 줄줄이 민요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어려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른팔을 들었다 – 꺽었다 , 왼팔을 들었다 --꺽었다 -- 두 어깨도 한두번 들썩 -- 들썩 해가며 어떤 노래가 나오던 한결 같았던 춤 솜씨에 웃음을 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우리들 모두 그 옛날 할머니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누가 보거나 말거나 신나게 가라오케 장단에 맞추고 있었습니다.
우리 민요의 연속 상연이더니, 어? 다음은 애국가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친구의 손녀딸이 부엌으로 간식을 가지러 간 모양입니다. 애국가 뒤에는 아직 예약되어 있는 곡이 없습니다. 예약할 만한 곡을 찾느라 방바닥에 놓인 노래 선정책에 머리를 쳐 박고 뒤적이는 사이, 동해물과 백두산이 ♪♪--- 울려 퍼집니다.
사람에게는 육감이 있다더니, 내 주위의 변화를 느끼고 슬그머니 고개를 옆으로 틀어보니 신나게 춤추던 할머니들이 없습니다. 고개를 반짝 들어 올려다 보니 모두들 기립 부동입니다. 거동이 불편해 산보도 못 따라 나서던 친구까지 어느새 일어나 있었습니다. 한결같이 오른손을 심장이 있다는 왼쪽 가슴에 올려 놓고 ---- .
따라 부르라는 가라오케인데 모두가 조용~ 합니다. 아마도 두 눈 안에서 감실거리고 있는 눈물이 흘러 내릴 까봐 꾹 참느라 목이 메어 있었나 봅니다. 한 친구의 가끔씩 내 뱉는 우리들의 가방끈 길이는 서로 들쑥 날쑥 하지만, 이렇게 한 마음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공통분모 안에 우리들의 우정이 지속되리라 믿습니다.
강명희
애국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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